제6장. 새벽의 수련
마을은 깊은 산골에 숨어 있었다. 밭은 좁고 척박하여 언제나 곡식이 모자랐다.
아이들은 배고픔을 달래며 뛰놀았고, 허름한 초가집 사이로 가난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이강현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석에 누운 아버지와, 날마다 장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
강현은 어린 나이에도 집안을 지탱해야 한다는 부담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그날도 새벽, 그는 몰래 집을 나섰다.
뒷산에 올라 나무에 매달리며 팔을 당겼다.
손바닥은 터져 피가 배어 나왔고, 호흡은 가빠왔다.
“이번엔 다르다. 내가 약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가 산 너머로 오르며, 피와 땀에 젖은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멀리서, 안개 속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제7장. 아침의 친구
마을 어귀는 장에 나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 한 마리가 느릿하게 끌려 나가고, 아이들은 장난삼아 돌멩이를 차며 놀았다.
윤호성은 그 속에서 강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흙투성이가 된 채 산에서 내려오는 친구의 모습은 언제나 기묘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강현은 놀지 않았다. 오직 수련만을 거듭했다.
“강현아! 오늘은 같이 놀자!”
윤호성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난 네가 싫다.”
웃음이 굳어지고, 가슴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러나 윤호성은 억지로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난 널 좋아해. 언젠가 진짜 친구가 될 거야.”
주변 아이들은 둘의 대화를 흘려들었지만, 강현의 발걸음은 묘하게 무거웠다.
그도 모르게, 윤호성의 맑은 눈빛이 마음속을 흔들고 있었다.
제8장. 낮의 산길
정오 무렵, 산은 햇살에 반짝였지만 숲길은 고요했다.
짙은 안개 속, 바위에 걸터앉은 노인이 있었다.
옷은 낡았으나 그 눈빛은 깊은 바다처럼 차가웠다.
“몸은 조금 단단해졌구나.”
무영노인은 이강현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가락을 흔들었다.
안개가 모여 작은 불꽃처럼 흔들리다 흩어졌다.
무공도, 술법도 아닌 이질적인 힘이었다.
“힘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
세상은 강한 자가 움켜쥐는 게 아니라, 흐름을 타는 자가 거머쥔다.”
강현은 숨을 죽이며 바라봤다.
이 노인은 단순한 기인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그의 가슴 깊은 곳을 울리고 있었다.
제9장. 오후의 충돌
마을 골목 어귀, 아이들이 작은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최석진이 어린아이를 벽에 몰아세우고 있었다.
“울지 마라. 세상은 약한 놈을 삼켜버리니까.”
석진의 눈빛은 거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는 술에 취한 아버지의 주먹을 매일 맞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약한 자를 괴롭히며 자기 힘을 확인하려 했다.
“그만둬.”
강현이 돌멩이를 움켜쥐고 다가왔다.
작은 몸이었지만, 눈빛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석진은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날렸다.
강현은 맞아 쓰러졌다. 피가 흘렀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주변 아이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석진의 가슴이 서서히 죄어왔다.
강현의 눈빛 속에서 그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 녀석은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야… 언젠가 내가 넘어야 할 벽이다.’
제10장. 밤의 꿈
마을은 밤이면 더욱 쓸쓸했다.
허름한 초가집에서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고, 산새의 울음만이 골짜기를 메웠다.
강현은 지친 몸을 눕히자 곧장 꿈에 빠졌다.
붉은 전장이 펼쳐졌다. 칼날, 배신, 피.
그는 또다시 죽음을 체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안개 속에서 무영노인의 그림자가 손짓을 했다.
피바다가 서서히 맑은 강물로 변해갔다.
“넌 붙잡을 것이냐, 흘려보낼 것이냐.”
강현은 꿈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이번 생은 다르다.
아침 햇살이 초가의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눈빛은 어제보다 더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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