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안개가 마을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공터에 모여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검놀음을 하고 있었다.“받아라, 내 검을 받아라!”“하하! 넌 벌써 죽었어!”순진한 웃음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그들 무리 속에서 이강현도 막대를 쥐고 있었으나, 그의 손끝은 움직이지 않았다.“강현아, 너도 휘둘러야지! 왜 멀뚱히 서 있어?”한 아이가 다가와 막대로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재촉했다.“…괜히 휘두르면 다칠까 봐.”짧은 대답이었지만, 말끝엔 아이답지 않은 무게가 배어 있었다.“뭐야, 겁쟁이잖아!”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이강현은 그저 나무검을 들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느리고 어눌한 동작이었으나, 아이들의 가슴을 알 수 없이 눌러오는 힘이 있었다.“저게… 왜 좀 무섭지?”아이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곧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