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웹소설

📖 전생록 – 제3편 (제11~15장)

행운보화 2025. 10. 3. 07:26

이강현과 박설화

제11장. 문 너머의 조짐

무영노인은 강현을 지켜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아이의 혼 속에 잠들어 있는 파동… 이계의 기운이 분명하다. 만약 문이 다시 열린다면…”

무영은 본래 차원을 넘어온 감시자였다. 먼 세계에서 온 그는 이계 관문을 넘어 무림에 도달했고, 이곳에 숨어 세계의 균형을 지켜보며 살아왔다. 세월은 그의 이름을 잊게 했지만, 기억은 여전히 저편의 언어로 살아 있었다.

그가 강현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오래전 전해진 예언 때문이다.
‘두 개의 생이 겹칠 때, 새로운 문이 열린다.’
무영은 강현의 영혼에 그 조짐을 보았고, 바로 그때부터 조심스레 그의 곁을 지켜온 것이다.

수련장의 한켠에는 흰 호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백호는 무영노인이 수년 전 이계에서 데려온 수호 짐승이었다. 이름은 설린. 무언의 교감으로 움직이는 설린은 이계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특이한 존재로, 강현이 이계의 흔적을 드러낼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처음엔 설린이 강현에게 경계심을 보였지만, 어느 날 강현이 무영에게서 전수받은 ‘청명혼기공’을 수련하기 시작한 뒤로 설린의 태도는 달라졌다. 그의 곁에 자주 머무르며 경계 대신 호기심을 보였고, 종종 수련 중인 그를 바라보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기도 했다.

‘청명혼기공’은 무영이 이계에서 가져온 심법으로, 정기와 영혼의 진동을 정화하여 육체와 혼의 파동을 조화시키는 내공법이다. 보통인은 견디지 못하는 고통을 수반했지만, 강현은 전생의 단련 덕분에 이를 순조롭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내면의 기운을 날카롭게 정돈해갔다.

무영은 그를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천성적으로 혼의 결이 맑다. 전생의 단련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제12장. 설화

수련장 한켠, 조용히 검을 다듬는 여인이 있었다. 박설화. 그녀는 무영노인이 선택한 또 하나의 전수자였다.

무영은 말했다.
“강현아, 너와 설화는 다른 길에서 왔지만 같은 결을 지녔다.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설화는 무영에게 구해져 이곳에 머문 지 3년. 입을 거의 열지 않고, 매일같이 묵묵히 수련에 임했다. 강현은 처음엔 그녀를 경계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감정은 변했다. 설화는 누구보다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을 지녔다.

둘은 가끔 대련을 통해 몸으로 말을 나눴고, 그 안에서 생긴 미묘한 유대는 강현에게 익숙한 긴장감을 주었다. 그녀는 때로 무영에게도 하지 않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강현은 그 물음 속에서 오래된 기억의 잔영을 느꼈다.

설린은 이 둘의 수련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특히 강현과 설화가 기공을 교차 연마하는 날이면 설린은 조용히 그의 옆에 누워 가볍게 몸을 기대곤 했다. 강현은 처음엔 그것이 불편했지만, 어느새 설린이 주는 온기와 묘한 신뢰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제13장. 과거의 단절

꿈이었다. 강현과 윤호성, 고향 뒷산, 해가 저무는 풍경. 나뭇가지로 장난검을 겨누며 웃고 떠들던 날들.

“무림맹에 들어가면 뭐하고 싶어?”

“전에 무림맹에서 왔던 초우 아저씨처럼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비밀 감찰관이 되고 싶어 그럼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 초우 아저씨는 떠돌이 허풍쟁이였음을 이들은 알지 못하였다.

“그럼, 나도 갈래. 널 따라가고 싶어.”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윤호성은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고향에 남았고, 이강현만 무림맹에 들어갔다. 편지는 오갔지만 점차 뜸해졌고, 어느 순간 연락은 끊겼다. 그때부터 강현은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었다.


제14장. 그림자 조직

아이런이 하게도 훗 날 이강현은 무림맹의 진짜 비밀 감찰관이 되었고 무림맹의 감찰 임무를 수행하던 이강현은 어떤 조직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정체를 숨긴 이들은 무림의 고수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그림자 조직’이라 불렀다.

강현은 점차 그 핵심에 접근했고, 조직의 실체를 밝히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그는 배신당했다. 정보를 흘린 자는… 윤호성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 의심은 있었지만, 확인할 시간도 없이 그날 밤, 윤호성과 마주했다.


제15장. 낯선 눈동자

“왜… 네가…”

암자 뒷산, 그날 밤. 윤호성은 말없이 칼을 꺼냈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강현은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눈 속에서 무언가 낯선 공허함을 느꼈다.

칼날이 심장을 꿰뚫었을 때, 강현은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윤호성이 아니었다. 친구의 껍질을 뒤집어쓴 누군가. 그것이 그의 마지막 인식이었다.

설린은 멀리서 그 장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영의 명령으로 과거를 비춰보는 의식을 지켜본 백호는 그 장면 앞에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 진실을 알고 있었던 듯, 그의 눈동자는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